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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서평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by igy95 2024.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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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즈음이 되어서야 읽어야 할 것 같은 제목이라 이걸 지금 보는 게 맞을까.. 고민했다. 그렇지만서도 나의 10년 뒤를 먼저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고민을 미리 엿보며 내 삶의 방향성을 상상해보고 싶었다. 또한 평소에도 ‘결핍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 주제를 깊게 다루고자 했던 쇼펜하우어와 본인의 생각을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집어 들었다.

 

아래에 적어둔 글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흐름에 맞게 정리한 것이라 저자의 의도와는 다소 상이할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책에서는 독자적인 사유를 강조했으니 그냥 주욱 써본다)

고통의 근원 = 욕망

인간은 기본적으로 욕망하는 존재다. 외부의 자극이든, 내부의 의지이든 간에 현재의 상태에서 더 나아지고자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그것은 곧 욕망이 되고 고통이 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정신적 고통을 잘 조절하여 긍정적인 에너지로 치환한다면 더 나은 삶을 위한 트리거가 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끝없는 심연으로 끌어당기는 추가 될 수도 있다.

 

SNS를 단적인 예로 들 수 있겠는데, 다양하게 전시된 타인의 삶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수많은 욕망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욕망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자각하고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핍과 무료함의 반복

“삶은 진자처럼 고통과 무료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사실 이 두 가지가 삶의 궁극적인 요소다.”

 

본문에서 가장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문장이었다. ‘빈자는 가난이라는 결핍의 고통을, 부자는 무료함이라는 권태의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부는 평온을 위해 필요한 존재이나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최근의 고민과 일맥상통하기도 했다.

 

저자는 부의 관점에서 설명해주었지만, 나는 이것이 꼭 부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는 모든 과정에서도 비슷한 결을 가져간다고 느꼈다. 공모전, 취업, 대회 수상, 오디션, 리그 내 경쟁 등 사람들은 각자의 결핍을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달려간다. 어찌어찌해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나면, 성취의 행복은 짜릿하지만 찰나에 지나가 버린다. 그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앞으로의 방향은 하염없이 현타를 느끼거나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것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두가 매번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 다른 목표를 찾고 그것을 향해 달리길 반복할 수는 없다. 이 지점에서 불현듯 질문이 떠올랐던 것 같다.

 

‘결핍과 권태가 각각 하나의 점이라면, 이 두 개의 점을 이은 선 어딘가에 내가 추구해야할 행복이 있지는 않을까?’

평온의 추구

“현자는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평온)를 추구한다.”

 

“행복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결핍이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권태, 따분함, 지루함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략)… 정신이 풍요로워질수록 내면의 공허가 들어갈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취업을 하고 근 2년 정도는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무지성 저축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부딪힘이 있었던 건 돈을 모으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지금처럼 1 ~ 20년을 살아서 목표한 금액을 달성했을 때 그 이후의 삶은?이라고 자문했을 때 도저히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열심히 일궈놓은 부가 훗날 장기적인 행복을 위한 방호벽이 되어 주려면, 돈에 대한 걱정(결핍의 충족)이 사라진 시점에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무료함의 충족)에 대한 고민이 지금부터 같이 선행되어야 함을 느껴왔던 터라 책의 문장이 더욱 와닿았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의 자극으로만 무료함을 채우기 위해 기껏 모아둔 돈을 물 쓰듯이 써버리거나 부를 늘리고 유지하는 것만 집착하여 삶이 피폐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올해부터 저축률은 조금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하고싶은 것에 투자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이 의사 결정의 주된 이유는 새로운 수입 창출보다 지속적인 정신적 풍요를 가져다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있다.

 

이제는 성취도 좋지만, 목표가 있든 없든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행위 자체에서 평온함을 느껴보려고 한다.

독자적인 사유

“독서란 자기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 생각해 주는 것이다.”

 

언어가 가진 힘은 무섭다. 머릿속에서 가끔씩 떠올라도 설명할 길이 없다면 금세 잊히지만, 그것을 지칭할 무언가가 생기면 내 안에서 점점 또렷해지고 확고해진다. 좀 더 넓은 관점으로는 누군가가 만들어둔 표현이 사회적인 현상과 마침 맞닿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누구나 그 표현을 쉽게 사용하게 되면서 그것이 삶의 어떠한 표준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기가 형성된다. 예컨대 이전에는 욜로, 소확행이라는 표현이 있었다면 요즘에는 경제적 자유, FIRE와 같은 단어가 참 많은 매체에서 돌고 도는 것 같다.

 

문제는 이렇게 돌고 도는 말들이 파도와 같아서 스스로 중심을 잡지 않으면 저항없이 휩쓸려버린다는 것이다. 어느새 그것이 내 생각인 것 마냥 다른 이들처럼 떠들게 되고 (외국에서는 이런 현상을 buzzword라고 하는데 왜인지 알 것 같다) 의도치 않은 불안은 피어오른다.

 

나도 자주하는 실수지만 정보를 취합한답시고 뉴스, 유튜브, 책과 같은 여러 매체를 몇 시간 동안 멍하니 보고 있으면 뇌가 타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는 하는데, 그럴 때면 마치 원래부터 뭔가를 떠올리는 법을 알지 못했던 사람같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책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꼬집으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많은 이들이 소망해왔듯이 이제껏 내 삶의 목표 중 하나는 ‘경제적 자유’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정신적 자유’를 궁극적인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게 더 올바른 선택이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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