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번째로 집어든 책인 '오리지널스'는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선택받은 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왔던 독창성을 다각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여 풀어낸 점이 흥미로웠다. 이 책은 단순히 독창성을 느낌적인 느낌으로 치부하지 않고 개인, 가정, 조직의 관점에서 어떤 영향으로 인해 특이점이 발현되어 우리가 그걸 '독창적이다'라고 말하는지에 집중한다. (그래서 책 제목도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오리지널스'로 지었나 보다)
평소 독창성이라는 표현을 마주할 때면 으레 떠올리던 선입견과는 달리, 책의 단락마다 독창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부여해 주면서 이 개념을 다시금 정립해 보는 계기를 가졌다. 특히 독창적인 방식으로 큰 업적을 이룬 불세출의 인물들도, 사실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에 '나도 혹시?' 하는 일말의 희망을 걸어보고 싶었다.
한편으로 아쉬운 점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 있다. 어떠한 주장에 대한 근거를 들 때마다 그에 대한 예시가 너무 많아서 작가가 주장하는 내용의 큰 줄기를 따라가기 벅찼다. 마치 등장인물이 한 4~50명 정도 되는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점점 피로감을 느끼고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전체의 주장을 당장에 모두 흡수하기보다 본인의 사례에 맞게 적절히 취합 한다면, 전에 없던 액션 플랜을 도출해 볼 수 있을만한 도서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한 번쯤은 추천하지 않을까 싶다.
인상 깊은 문장 & 코멘트
체제 정당화 이론 - 인간은 이미 고착화된(되었다고 느끼는) 체제에 순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일지라도 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라 볼 수 있다. 단, 이 본능은 감정적 진통제가 되어줄 순 있지만 현 체제에 순응하는 순간 창의적인 의지는 사그라든다.
- 의도적으로 미시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
열심히 연습하면 완벽해지기는 하지만 독창성이 생기지는 않는다.
성공한 사람은 한 분야에서 위험을 감수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신중하게 처신함으로써 위험을 상쇄시켜 전체적인 위험 수준을 관리한다. ...(중략)... 한 분야에서 창시자가 되려면, 자신이 창시자가 되려는 그 분야를 제외한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확고한 사고방식을 지닌 감정적으로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이어야 한다.
- 제일 공감갔던 대목. 리스크 관리는 투자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니다. 삶을 이루는 여러 부분의 밸런스를 위해 공격적으로 바라볼 부분과 방어적으로 바라볼 부분을 조율하기.
창의적인 천재들이 같은 분야의 동료 집단보다 질적으로 우월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단순히 훨씬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낼 뿐이다. …(중략)… 독창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작업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말이다.
- 이 부분도 그동안 봐왔던 성공 케이스와 비교해 보았을 때 충분히 맞는 말인 것 같다. 인과로 나누자면 애초에 뛰어났기 때문에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 안에 있었고 그렇게 했으니 뛰어난 결과가 나온 것.
예측하는 데 있어서 평가에 능통한 집단이 하나 있다. 바로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의 동료 집단이다.
- 난 스스로 독창성을 발휘하고픈 영역에 있어 피드백을 줄 동료 집단이 있는가?
변화무쌍한 세상에서는 경험에서 얻은 지식에 의존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기가 쉽다. 게다가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기 때문에, 우리가 처한 환경은 갈수록 예측 불가능해진다. 그로 인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직관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분석의 비중이 훨씬 높아진다.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된다. 아이디어를 낸 당사자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너무 익숙해져서, 처음 접하는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수용하려면 얼마나 그 아이디어에 노출되어야 하는지를 과소평가한다.
할 일을 미루면 생산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창의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근면 성실을 중요시 여기는 청교도적 근로 윤리가 강조되면서, 근대에 인류가 효율성에 집착하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인류 문명은 게으름의 미덕을 인식했다. 고대 이집트에는 ‘미루는 procrastination’ 행위를 묘사하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동사가 있었다. 하나는 게으름을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적당한 때를 기다린다는 의미이다.
- 이건 좀 새롭게 다가왔음. 아티스트의 인터뷰를 주욱 읽으면,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멍 때리기, 산책, 자기 전 떠오른 생각을 메모해보는 것을 권장하는데 이렇게 보면 창의력은 편안함에서 기인하는 능력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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