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두 번째의 전환기를 맞이했고, 곧 다가올 새로운 이벤트들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회고성 글은 나도 모르게 그 때의 감정에 빠져 쓰게되는 글들이 나중에 내 얼굴을 붉힐까 봐 웬만하면 쓰지 않으려 하지만, 일 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현재 나의 위치와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더 명확히 알 수 있고 후에 나의 경험을 어필하는 자리에서 더 생생하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쯤은 기록해야겠다, 싶었다.
주저리주저리 다 쓰는 것보다는 최대한 나의 행보와 그 이유들에 대해 간략하게만 다시 돌아 보고, 내년의 나는 어떤 식으로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영어 학원 (19.12 - 20.03)
사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점에서 큰 두려움이 있었다기보다는, 내가 다시 낯선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그들과 자연스레 친해지고 배운 것을 공유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도통 혼자 지내는 게 버릇이 되어 버려 20대 초반의 대부분을 그렇게 보내왔던 터라 어떻게 해야 그들에게 나에 대한 긍정적 인상을 지속적으로 주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내가 택한 방식은 '열정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성장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면,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되어야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하면서 자체적인 스터디를 독려하고 모르는 것은 적극적으로 질문하면서 문장을 미리 준비해 원장님과 영어 회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지금은 배운 걸 거의 까먹어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 되지만, 덕분에 개발 공부를 하면서 영어 문서를 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많이 편해졌다.
대학교 (20.05 - 20.12)
2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학교에 들어가는 건 그렇게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다. 사실은 부트 캠프를 통해 짧고 타이트하게 공부해서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이 내 목표였지만, 그 당시에 나에겐 내 생각대로 가서 얻은 성취의 경험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기에 선택에 대한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일단 지속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소속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끝까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플랜 B 격으로 학교를 진학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1년 동안 공부하면서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많은 수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안정감을 바탕으로 계속 학과 공부 외에도 프론트 엔드에 대한 개인적인 공부를 이행할 수 있었고 학과 프로젝트를 통해 동기들과 협업하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덕분에 기회들을 자주 잡았던 것 같다. 지금은 학교를 휴학하고 새로운 곳에서 공부를 이어나갈 계획이지만 그래도 이 기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42 Seoul (20.09 - )
앞으로 취업하기 전까지 내가 몸담고 공부하게 될 곳이다. 작년 말에 개소식을 접하면서, 저 곳은 꼭 가야겠다 생각하며 계속 뉴스 레터와 사이트 공지를 확인해왔다. 불행히도 코로나는 사그라들지 않아 일정이 계속 미루어지면서 맘을 접으려고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원하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원래는 관심 분야와 동떨어진 커리큘럼에 주저하기도 했지만 기초를 닦는 데는 이만한 장소도 없었고, 생각보다 여기서 배우는 부분이 다른 개념을 이해할 때 크게 작용했다. 11월은 학과 프로젝트와 이사 준비 때문에 너무 정신 없어서 본 과정의 프로젝트를 채우지 못하고 있었지만, 일정이 거의 정리된 지금부터는 여기 공부에 본격적으로 집중할 계획이다.
네이버 부스트 캠프 1차 합격 (20.07 - 20.08)
하필 42 seoul 의 입학 시험과 겹쳐서 준비를 열심히 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코테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최종 문턱까지는 넘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자소서와 1차를 합격한 그 경험은 내가 그래도 공부를 헛되이 하지는 않았다는 자부심과 알고리즘에 대한 능력 부족을 더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상기 시켜 주었다. 이 시험 이후로 따로 알고리즘 스터디를 들으면서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우테코 1차 합격 (20.11 - )
내가 지향하는 직무인 프론트 엔드에 대해 현재로써 가장 깊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지금의 나는 우아한 테크 코스의 2차 프리 코스를 진행 중이고, 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OOP 개념과 모듈, 메소드의 분리에 대해 또 그것을 지향하며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인 구조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2차까지 합격해서 내년에는 다른 거 생각 안하고 프론트 엔드만 공부하고 싶은데... 그건 내 영역이 아니니 그저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열심히 프로그래밍 해야겠다.
느낌
생각보다 순항 중? 인 것 같다. 전부는 아니지만 올해 1년 동안 계획해 왔던 것들을 대부분 완수했고, 그 작은 성취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더 큰 도전을 주저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사소한 어투에도 괜히 예민해지고, 하루 종일 불안함에 가슴 뛰었던 작년과는 달리, 그래도 열심히 살면서 내 모습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게 되었고 주변엔 좋은 관계들이 생겼다. 최근에 다시 취업 준비를 위해 서울에 올라 오면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 이번엔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겹치면서 조금은 위축되어 있었는데 그냥 딱 올해 초에 먹었던 마음가짐 그대로 내년을 보내면, 그에 맞는 보상들이 내게 주어질 거라 믿는다.
공부. 무엇을, 어떻게?
당장에 하고 싶은 공부는 많지만, 내년에는 프론트 엔드 쪽에 초점을 맞추고 그 외의 시간들을 프로젝트나 영어에 투자할 생각이다. 인터넷에 보면 면접 관련 기술 질문을 모아놓은 사이트들이 꽤 보이던데 그 목록을 바탕으로 하루에 하나씩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게끔 그 파트를 공부하고 블로깅할 것이다. 오늘 우연히 본 블로그에서 인상깊은 피드백을 하나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수평 문화를 지향하는 IT 기업에서 개인은 수직 문화처럼 사수가 맡은 일들 중 작은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 큰 덩어리의 일을 맡게 되기 때문에,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 가장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동료들에게 그 기술에 대한 지식의 일정 부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웬만한 기업에서 그렇게 외치는 '기술 공유'의 이유에 대해 또 하나 배울 수 있었다. 때문에 내년에는 '배운 지식에 대한 회고성' 글보다는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지식을 문서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는 데 더 치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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