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의 연장선으로, 해당 글을 작성하며 이런 문장을 적었었다.
자세히는, 이전의 내가 내린 선택과 결정들에 대해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정신없이 달려야만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탓할 수 없었던 이유는, 처음의 선택은 모두 '내'가 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되뇔 만큼 중요시했던 가치가 있었다. 다만 그것을 지키는데 몰두하느라 놓친 부분도 더러 존재했다. 그렇게 올해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껏 나를 움직이게 했던 가치들과 앞으로 가져갔으면 하는 새로운 가치들에 대해 고민해 보았고 그 고민의 일부를 나눠보고자 한다.
자율감, 자기효능감, 연결감
언젠가 유튜브에서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세 가지 요인'과 같은 제목의 영상을 본 적 있다. 우리가 행복하다고 판단할 때는,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느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중 스스로 결정한다는 느낌(자율감), 어떠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수행하며 나아가 그것이 주변,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느낌(자기효능감), 사람들과 유대되어 있다는 느낌(연결감)이 현대 사회에서 고차원적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요인으로 간주된다. 이를 알게 되고 난 뒤로부터는 어떤 결정을 할 때 그 결정이 나에게 이러한 느낌을 줄 수 있을지 예상해 보는 편이다.
현재 나의 위치가 '결핍'과 '무료함' 중 어느 지점에 있는지 의식하기
불안과 권태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언가를 가지든, 가지지 못하든 만족감은 금세 동이 난다.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수시로 점검하고 이 두 감정 사이 어딘가에 둘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한 극단에 오래 머물게 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그것을 위해 가장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
타인의 인정, 사랑, 신뢰와 같은 좋은 감정을 받는 것,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 투자를 한 자산이 얼마나 오를지는 모두 내 소관이 아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시간을 쏟기보다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바라보고 가는 삶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기
장기적인 비전을 한번 세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매년, 매월, 매주, 매일 그에 맞게 사는 삶인지 확인하고 수시로 경로를 수정한다. 개발자의 핵심 역량이 '문제를 작게 쪼개어 해결하는 것'처럼 나의 삶 또한 최종 목표를 여러 작은 프로젝트로 나누어 하나하나 이루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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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다. 위의 가치로 인해 어느새 주변 사람들로부터 나는 '목표를 설정하면 끝까지 달리는', '독립적인', '신뢰감 있는' 인상을 갖게 되었다. 다만 내 입장에서 올해의 나는 '과정보다 목표에만 치중하는', '속을 알 수 없는', '혼자 결정하고 통보하는' 그런 사람이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그래서 내년부터 함께 가져가고 싶은 가치는 다음과 같다.
성장과 행복은 동의어가 아니다
성장을 추구하는 이유는 자존감, 성취감, 좀 더 여유롭고 쾌적한 삶, 재미 등 삶에 여러 긍정적인 요인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목표를 이룬다고 '행복한 상태'에 이르거나 영영 머물지는 않는다. 이러한 개념의 분리가 명확하게 되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목표만을 위해 달리다가 뒤돌아서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반대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나의 경우에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성장, 목표의 완수가 곧 행복이라는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따라서 각기 다른 두 개념을 조화롭게 채워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액션으로 12월부터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이는 중인데, 일기를 쓰며 주로 아래의 항목에 집중하고 있다.
-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기
- 자칫 목표만을 위해 과정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하기
열심히도 좋지만, 즐겁게 살자.
과정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것에 인색하지 않기
휴직을 하고 심리 검사를 했었는데, 이타심 항목이 꽤 낮은 걸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의 주된 기질 중 하나가 바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다'인데, 어쩌면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세워둔 벽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을 기회까지 막은 건 아니었을까 자문해 보았다.
물론 갑자기 내 모든 생각을 남에게 공유하는 건 말이 안된다. 하지만 적어도 나와 가깝고 나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면 결정하고 난 뒤 통보하기보다 미리 고민하는 바를 넌지시 건네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논외로 뜬금없긴 하지만, 내년에는 자원봉사를 한번 도전해보고 싶긴 하다. 연고가 없는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준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메말라버린 이타심(ㅋㅋ..)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이 특정 시기에 몰리지 않도록 관리하기
스스로 몰아부치지 않고 내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많다면, 분기, 월 별로 분배하여 잘 조율해보려 한다. 만약 본업 외에 일이 많아진다면 그것은 순전히 내 욕심때문일 것이다. 또 욕심에 지쳐 나가 떨어지지 않도록 더욱 시간을 보수적으로 운용해봐야겠다.
물론 아무리 관리를 잘하더라도 업의 특성상 일이 몰아치는 시기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를 위해 중간에 지치지 않도록 사전에 여러 장치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기
아직도 많이 어렵지만, 거절하고 싶은 건 잘 거절하고 싶다. 혹은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한다거나. 상대방과의 관계를 지키면서 부드럽게 거절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누군가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찾아보고 싶다. 내년에는 아마 이와 관련한 도서를 한 두권 쯤 읽어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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