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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소통은 어려워

by igy95 2025. 4. 20.

미리 읽는 결론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성이나 공감성보다 명확성이다. 명확하게 전달되어야 상대방은 빠르게 이해하고, 결정하거나 행동에 옮길 수 있다. 내 논리가 타당하다면 상대는 지지할 것이고, 틀렸다면 명확하게 드러난 오류 덕분에 신속하게 피드백하거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틀렸다는 사실조차 빠르게 인지되도록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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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참 다양한 입장에서 나란 사람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주된 이유는 팀의 구성원, 외부 리뷰어, 누군가의 주변 사람으로서 여러 사람들과 교류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여러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피드백은 늘 일관적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자면 이렇다.

 

-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어려운 단어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음

- 어떤 의도로 피드백을 주는 것인지 막연하게 느껴짐

- 구현 의도를 작성한 글이 다소 장황하게 느껴짐

- 문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음

 

이런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반복되다보니, 어느새 내가 가진 소통 방식의 한계가 단순히 방법론의 문제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 가진 생각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기까지 거치는 과정을 전반적으로 점검해보고 싶었다.

평소에 사용하는 말투와 습관

일단 확실히 나는 어려운 말을 곧잘 쓰는 것 같다. 오히려 표현을 위한 고민을 덜할수록 이런 언어 습관이 더 잘 드러난다. 최근 일주일 동안 작성한 글들을 쓱 훑어봤는데, 찬찬히 읽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에 와닿지는 않는 표현들이 꽤 많았다.

'~~ 제약 조건 로직을 구성함'
'기능 작업 전 기반 다지기'
'절대적인 개념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고려해보면 좋겠네요'

 

그리고 논리를 이어가기 위한 설명이 꽤 장황하다. 의도를 드러내는 글을 작성할 때에도, 질문에 대답을 할 때에도 결론 내기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 편이다. 두괄식으로 말하는 게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결론을 위한 배경이나 맥락을 더 쌓으려 한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주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좀 더 주체적으로 생각을 하면 좋겠다는 하는 바램으로 처음부터 원하는 의도를 바로 드러내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는 입장에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막연함을 느끼는 것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마지막으로 이건 최근 들어 자각하게 되었는데, 어느샌가부터 나의 문체가 어느 상황에서든 꽤 공식적이고 딱딱해져있다는 것이다. 대화를 할 때는 괜찮지만 글을 주고받을 때는 '~합니다' 체를 자주 사용한다. 친밀감이 형성된 상대방에게는 종종 부드럽게 코멘트를 남기는 경우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상대에게는 딱딱한 인상을 주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향과 기질

되도록 가지고 있는 논리를 완벽하게 방어하려는 성향이 짙다. 마치 이렇게 공격하면 이렇게 받아쳐야지, 하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표현 직전까지 자기검열을 하고 논리를 뒷받침할 근거를 보충하다 보니 점점 핵심보다는 맥락과 배경에 치중하는 게 아닐까 싶다.

 

또 하나의 성향은, 명확한 피드백은 다소 직선적이라는 선입견으로 듣는 사람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소통을 추구했다. 다만 최근엔 바쁘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잘 챙기지 못해서 결국 모호한 피드백 + 감정을 배려하지 못하는 말투라는 최악의 조합으로 상대방을 대한 건 아니었는지 반성해 본다.

전달하는 사람이 원하는 소통 vs 전달받는 사람이 원하는 소통

(협업 맥락에서) 글 쓰는 사람의 심리와 읽는 사람의 심리는 다르다. 실제 인지과학 / UX 관련 연구에서도 인지 부하, 처리 용이성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도와 정보에 대한 긍정적인 판단 간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 사례도 있다.

 

전달하는 사람은,

- 생각을 오해 없이 완벽하게 전달하고 싶음

- 모호하게 보이고 싶지 않음

 

그래서 구체적인 개념어, 정의가 명확한 단어, 전문 용어 등을 선택하게 된다.

 

반면 전달받는 사람은,

- 배경 지식이 충분하지 않음

- 대체로 다른 신경 쓸 일도 많음

- 시간을 아끼고 싶음

 

때문에 한번 쓱 읽더라도 내용이 바로 이해가 되길 원한다. 만일 이 심리에 머문 상태에서 어려운 단어가 나오거나 결론을 바로 확인할 수 없으면 뇌가 피로함을 느껴 이해 속도가 늦어지고 가독성이 저하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요약하자면

나의 강점 - 정확성, 유연성, 성찰적 태도

나의 보완점 - 명확성, 간결성, 공감성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성, 공감성보다는 명확성이다. 명확성이 가장 처음으로 확보가 되어야 상대방의 다음 행동을 빠르게 이끌 수 있다. 내 논리가 맞았다면 상대방은 결정을 지지할 것이다. 줄곧 맞았다고 생각한 논리가 틀렸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틀렸다는 사실이 빠르게 인지가 되어야 상대방은 이에 대해 개선 사항이나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다.

개선 방향

이제 중요도와 개선 효과를 바탕으로 우선순위 별로 정리해 보자.

 

1. 결론부터 말하기

 

결론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정의 내리지 않은 채 섣불리 결론을 내리면 어중간한 인트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면 소통에 있어 결론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 목적 (왜 이걸 하는지)

- 핵심 주장, 요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 결정 방향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 기대 효과 혹은 문제 (왜 중요한지)

- 요청, 행동 지시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지)

 

지금 작성하려는 글, 하려는 말을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를 한 줄로 뽑는 연습을 해보면서 이에 대한 감을 키워봐야겠다.

 

2. 쉬운 단어 사용하기

 

쉬운 단어의 기준이 무엇일까? 그리고 단어를 쉽게 풀어써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사람들은 주로 구어체, 일상어에 가까울수록 쉽게 느낀다는 사실을 알았다. 즉, 실제 말로 설명을 할 때에도 이질감이 없는지를 쉬운 단어의 판단 근거로 삼아보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어떤 단어는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맥락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삭제해도 상관없는 단어라면 오히려 빼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3. 피드백의 명확성은 필수, 감정적 배려는 상황에 맞게

 

어느 상황에서나 명확한 피드백은 필요하다. 다만 내가 의견을 전달하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전달하는 톤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보도록 노력해 보자.

 

- 상대방이 해주었으면 하는 나의 기대치를 함께 전달하기

- 명령조보다는 질문의 형식으로

- 효율이 중시되는 분위기더라도 부드러운 톤을 가져가보기

 

아래의 형식처럼 피드백 형식을 구조화해 보는 방향도 괜찮을 것 같다.

 

- [문제 혹은 의문점]

  - [내가 생각한 해결책]

  - [이렇게 제안한 이유]

  - [열린 질문 또는 확인 요청]

 

실제 예시를 들어보자면,

이 로직에서 데이터 정합성이 안 맞을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문제 제기)
예외 처리를 추가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생각한 해결책)
실제로 유저 입력값이 빠르게 바뀌는 케이스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제안 이유)
혹시 제가 놓친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or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열린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