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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내 집 마련 프롤로그.

by igy95 2024. 1. 18.

취업을 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늘 눈앞에 아른거리던 고민거리가 있다. 그건 다름 아닌 '내 집 마련' 문제다. 내 집이 제공하는 여러 이점을 따져보았을 때 집을 사야 한다는 전제가 흔들린 적은 거의 없었다. 다만 이걸 도대체 언제, 어떻게 사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매번 실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중도에 발길을 돌리게 하는 장애 요인이었다.

 

되돌아보면 공부를 한답시고 버릇처럼 계속 반복했던 과정이 있었다.

 

1. '매수', '무주택자', '부동산 방향' 따위의 키워드로 여러 유튜브, 책, 아티클, 커뮤니티를 알아본다.

2. 매수 시기, 매수 방법, 매수 후 전략까지 많은 정보를 섭렵하며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지 계산한다.

3. 아무리 계산해도 어떤 방법이 나에게 맞는 건지 당최 답을 알 수 없어 머리만 지끈거린 채 '아직 부족하다'는 결론에 머문다.

 

이 과정의 문제점은 어디에도 나만의 생각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며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집을 통해 바라는 건 무엇인지, 내가 계획하는 나의 생애주기는 어떻게 되는지 등 나만의 생각이 정립되지 않은 채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만 하니 중심도 잡히지 않고 넥스트 스텝도 없었다.

 

집을 산다는 행위는 일반 소비재와는 다르게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단계가 더 복잡하다.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최대 지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 그럴 만한 능력이 된다면, 나의 욕심이 허락하는 한 집을 사고파는 횟수가 한 번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집을 구매하기까지 필요한 각 단계에서 내가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하나하나 글로 옮겨 보려고 한다. 뭐, 이 시리즈의 끝에서 또 '아직은 집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결말이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의 말만 들으며 밀린 숙제 대충 처리하듯 집을 구매하는 것보다 후회는 없을 테니까.

 

나에게 있어 집이란

나는 집이라는 것이 투자를 통한 수입원보다 '본업과 성장에 집중하는 삶'을 지탱해 주는 안식처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이 관점이 4, 50대에 들어서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만,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이 시기에는 그 무엇보다 나의 시간이 가장 소중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말마따나 30대가 되고 취업을 하면, 자연스레 결혼을 하고 적당한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그저 안정감만 쫓으며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직은 도전하고 싶은 게 많다. 그렇다고 또 평생 혼자 살고 싶지는 않아서 언젠가 가정은 이룰 것 같은데, 그때는 누군가를 책임지는 삶을 살 것이기에 지금처럼 나만 생각해도 되는 이 시간이 한정적으로 느껴진다. (기껏해야 5년이 아닐까?)

 

따라서 이 시간의 대부분을 집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만 쏟고 싶지가 않은데, 그렇다면 사람들이 주로 이 고민을 하게 되는 케이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집을 안 사면

- 전, 월세를 돌아다니며 일정 주기마다 해야 하는 이사

- 집을 살지, 안 살지 끊임없는 내적 갈등

- 집 값이 올라버렸을 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집을 사서 손해를 보면 (특히, 감당할 수 없는 손해라면)

- 섣불렀다는 죄책감, 후회로 고통받느라 시간을 허비

 

집을 사서 이익을 보면

- 가장 양호한 상황이지만, 어느새 집을 적극적인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여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처를 찾는 데 들일 수 있음

 

이렇게 정리해 보니 어느 정도 방향성이 명확해 보인다. 내가 집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집을 사되, 집을 투자처로만 보지 않는 관점을 길러야 한다.

 

거주자 + 투자자의 관점

왜 다들 첫 차는 좋은 거 말고 중고로 사라고 할까? 초보는 뭐든지 서툴다. 운전을 할 때, 차량을 관리할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도 모르고 실제 위험을 맞닥뜨렸을 때 대처도 미흡하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중고차를 권장한다. 그리고 조금은 아쉬운 퀄리티라도 일단 경험해 봐야 나중에 좋은 차를 탈 때 무엇이 좋은지 잘 알 수 있고 본인에게 적합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무조건 수익성을 극대화하자는 일념으로 시드 머니가 모일 때마다 집을 구매해 월세, 전세를 세팅하고 정작 자기 자신은 몸테크만 하고 있으면(당연히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몸테크 기간은 필요하다), 나중에 실거주할 집을 택할 때 나에게 딱 맞는 집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직접 거주의 가치를 누리고 있으면, 가격 변동에 비교적 덜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 하락의 고통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며 다음 집을 매수할 때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반복적인 경험을 위해, 남의 집이 아닌 내 집에서 얻을 수 있는 안락함을 누리기 위해 처음부터 가진 모든 것을 털어서 능력 이상의 집을 사지 말고 내 수준에서 감당 가능한 집을 사서 일단 살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빠른 자산의 증식이 아니라 내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보내는 것이다.

 

방향성 설정

1. 집을 미리 사놓든, 실거주를 하든 월 주거 비용(e.g. 원리금, 이자, 월세 등)의 총합은 저축 가능 금액의 50%를 넘지 않는다. 집을 유지하더라도 저축을 놓지 않기.

2. 처음부터 능력 이상의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적당한 집에서 살아보면서 점점 좋은 집으로 갈아타는 방향으로.

3. 집을 매수할 때는 항상 실거주의 목적을 고려한다. 일단 살아봐야, 다음 집에 대한 기준이 생기며 투자자의 시각 + 거주자의 시각을 고루 갖출 수 있다.

4. 집을 사기 전까지는 여기에 집중하고 집을 사고 난 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기.

5. 최종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다. 남의 생각을 내 생각처럼 받아들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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