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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4 - 아파트 매매 계약 후기

by igy95 2024. 7. 27.

부동산에서 본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카페에 들러 지금까지의 매매 과정을 복기하고자 한다.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고민했던 시간에 비해 매수 과정은 참 찰나와 같다고 느낀다. 확실히 공부를 하고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돌린 뒤에 거래를 하니 실전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막상 몸으로 부딪혀보니 예상과 다른 부분도 있긴 하더라.

 

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한 점과 아쉬웠던 점을 정리해보면서 다음 매수는 더 잘 준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전반적인 과정

1. 매수 희망 지역 선정

2. 희망 지역 내에서 구매 가능한 매물 정리

3. 임장 및 부동산 문의

4. 매물 확인

5. 계약

 

1. 매수 희망 지역 선정

사실 나는 회사가 서울에 있어 여기서 몇 년 정도 자취를 했지만, 서울 / 경기에 연고가 없기 때문에 지역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편이다. (근데 연고가 있어도 본인 지역 외에는 잘 모를 것 같긴 하다) 그래서 지역에 대한 사전 답사가 필요했는데, 너무 시험 준비하듯이 공부하진 않았고 본인의 상황을 토대로 여러 필터를 거쳐 하나씩 소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우선 유튜브나 책을 통해 혹은 직접 '서울, 경기도 급지'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지역을 알 수 있다. 솔직히 지역조차 순위를 매기는 현상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면 현재 예산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지역을 추리기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강남, 잠실, 서초 이런 곳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 외에 어느 지역이 좋은지는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추가로 내가 사용한 방법은 '부동산 지인'과 같은 부동산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희망 권역을 표로 확인한 뒤 '매매가' 순으로 정렬을 해보는 것이다. 결국엔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정도 = 가격으로 귀결한다고 보기 때문에, 평당 매매가와 전세가를 보면서 '이 지역은 전세가율이 높네', '이 지역은 잘 몰랐는데 매매가가 꽤 비싸네' 하면서 보다 정량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해당 표에서 지역의 평당 평균 매매가 / 전세가를 알 수 있으니, 대략적으로나마 내가 노려볼 수 있는 상한선을 알 수 있다. 가령 00평을 매수하겠다 마음먹었으면, (평당 매매가 - 평당 전세가) * 평수를 계산하여 해당 갭이 예산 안에 들어오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목표 지역을 평촌, 수지, 하남으로 선정하였고 이 안에서 매물을 추려보았다.

 

2. 희망 지역 내에서 구매 가능한 매물 정리

요새는 프롭 테크(부동산 관련 IT 산업)가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부동산 정보의 교류가 훨씬 빠르다. 그래서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집에서 얼마든지 매물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알 수가 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발품을 팔아야 알 수 있는 정보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호가는 매도자가 받길 원하는 금액이고 실거래가는 실시간이 아닌 과거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실제 구매에 필요한 금액은 호가와 실거래가 사이 어느정도 즈음이다. 그리고 동일한 가격이라도 매도자의 상황, 성향에 따라 매물의 컨디션은 각기 다르며 현재 시장 상황에 따라 매수자, 매도자의 우위가 시시각각 바뀐다. 결국 이러한 분위기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직접 부동산에 전화도 해보고 매물도 보러 가는 수고가 필요할 듯싶다.

 

이러한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발품을 한 두 달 정도 빨리 팔면 더 좋은 매물을 잡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으레 6 ~ 8월은 부동산 비수기로 알고 있어 7월 정도 되면 슬슬 알아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매수세가 빠르게 오름세를 보였다. 때문에 처음에 목표하던 지역의 아파트들은 몇 주 되지 않아 매도자들이 몇 천 씩 호가를 올려버렸고 현재의 분위기 상 가격 협상을 하더라도 원하는 가격에 도달하기 쉽지 않았다.

 

물론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다면 원하는 매물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을 살 때 가장 좋은 메리트는 '싼 가격에 사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무리한 추격 매수는 하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방향을 틀어 아직 상승세가 퍼지지 않은 목표 지역의 근처 지역 중 좋은 가격을 가진 매물을 찾아보기로 했다.

 

3. 임장 및 부동산 문의

부동산에 문의할 땐 아래의 순서로 내 상황을 전달했다.

 

- 본인의 예산 (1억 ~ 1.4억 사이처럼 범위로 얘기하지 않고 1억 2천처럼 정확하게 산출하여 말해주는 것이 서로 명확한 소통을 할 수 있다)

- 실거주 용도로 보는지, 투자 용도로 보는지

- 원하는 매물의 조건 (특정 아파트를 찾는다고 얘기해도 좋다)

 

중요한 건 '정말 집을 살 것처럼' 의사소통을 진행해야 부동산 사장님도 나에게 집중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매물을 찾아주신다는 점이다. 요새는 부동산 관련 교육이 활성화되어있어 부동산 사장님 입장에서도 이 사람이 정말 집을 살 사람인지, 단순히 지역 공부를 하러 온 사람인지를 안다. 따라서 아무 준비 없이 두루뭉술한 질문만 늘어놓다 보면 원하는 답을 얻기 힘들 수 있다.

 

임장을 가면 무엇을 봐야 하는지, 부동산을 가면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 막막해하는 사람은 많고 나 또한 그중 한 명이다. 때문에 나름대로 정해둔 방법이 있었는데, 바로 실제로 여기서 사는 내 모습을 꾸준히 상상해 보는 것이었다. 세를 끼고 매매하는 것이지만, 여차 하면 실거주를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나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의사 판단을 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4. 매물 확인

실제 매수를 결정하기까지 매물을 그렇게 많이 보진 못했다. 추격 매수를 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작년 말 ~ 올해 초처럼 여유를 가지고 급매를 노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호가를 올리지 않고 몇 개월 전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으로만 살 수 있더라도 선방은 하는 거라 판단했고 좋은 매물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매물을 찾아본 것 대비해서 생각보다 꽤 이른 시점에 좋은 매물을 보게 되었는데, 매수 결정을 내린 근거는 아래와 같다.

 

- 역에서 도보로는 좀 걸렸지만 버스로 10분 정도 거리였고 현재 직장과 비슷한 회사가 밀집해 있는 강남, 판교와 접근성이 좋았다.

- 현재의 분위기와 매매, 전세 시세를 고려해 보았을 때 호가가 별로 안 올라있는 상태였고 전고점 대비 2억 정도 차이가 났기 때문에 상승 여력이 남아있을 것으로 보았다.

- 아파트 내에서 좋은 동과 층을 가진 매물을 로열동, 로열층이라고 하는데 그런 매물이었다. (정문 가까이 위치, 12층, 남동향)

- 집주인이 기존에 수리를 한번 해서 다음 세입자를 들일 때도 크게 수리비가 들지 않을 것 같았다.

- 집주인이 내년에 이사를 위해 1년 정도 전세를 살 예정이라 지금 당장 별도의 전세 세입자를 구할 수고를 덜게 된다. (지금은 전세가 올라가고 있는 추세라 별도 세입자를 맞추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1년 뒤에 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갭이 좀 크더라도 일단 싼 가격에 매수를 하고 이후에 전세금을 올려 받아도 충분할 듯싶었다)

- 집주인 또한 다른 집 매수를 고려 중이라 자금이 급한 상황이었기에 세끼고 매매 + 잔금 일정을 맞추는 조건으로 기존 호가보다 2천 정도 깎을 수 있었다.

 

물론 장점만 나열한 거라 언급하지 않은 단점도 있다(ex. 구축의 일반적인 단점, 초등학교가 길 건너 있는 점). 그래도 가성비 아파트를 찾는 신혼부부의 수요는 충족하니 환금성이 좋을 것이고 추후 실거주를 하더라도 평생 거기서만 살지는 않을 테니 더 좋은 집으로 가기 위한 발판 정도로 보고자 한다.

 

5. 계약

매수는 월세나 전세 집을 구할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대비해야 할 부분이 적어 마음 부담은 덜하다. 그래도 계약으로부터 스스로 지키기 위해 특약사항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 좋다. 매수인 / 임대인으로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매도자에게 보낼 잔금 혹은 이전 세입자에게 보낼 보증금이 없을 때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다음의 특약 사항은 꼭 넣기로 했다.

 

- 근저당권이 있다면 잔금 처리 전 상환말소

- 잔금 날은 다음 세입자 입주 날로 한다. 현재의 경우엔 집주인이 전세로 살 것이니 추후 전세 보증금 반환 날을 다음 세입자 입주날로 잡았다.

- 전세 만기 날이 부동산 비수기인 6월이기 때문에, 세입자를 들일 수 있는 달을 5 ~ 6월 정도로 설정

 

계약 당일에 부동산에 직접 가서 계약서를 확인하게 되면,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계약서를 제대로 읽기가 힘들다. 때문에 가계약을 진행하고 본계약 전에 부동산 사장님에게 계약서를 미리 작성하게끔 하고 계약서를 문자로 전달 달라는 식으로 부탁하면, 당일 전까지 여유를 가지고 계약서를 읽어보고 첨삭을 요청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가계약금을 보내기 전에 가능한 한 모든 걸 챙기는 게 좋다. 사장님 성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계약, 본계약까지 마친 손님은 거의 거래 완료로 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잘한 점 & 아쉬운 점

잘한 점

 

- 대출을 미리 받아두었다. 실제로 현금을 들고 있는 것과 대출 한도를 예상하고 움직이는 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았다. 정확한 숫자를 알고 있으면 집 구매를 위해 얼마까지 쓸 수 있는지 예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잔금 기한 설정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협상하기 유리하다.

- 욕심에 눈이 멀어 무리한 결정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 집을 알아보며 느낀 건데, 어디든 아파트 가격이 n.n억으로 찍히니 0.1억, 0.2억이  평소에 체감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보였다. 또한 매물을 확인할 때마다 몇 천만 원 보태면 더 좋은 입지의 매물을 구할 수가 있으니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볼까 머리를 굴렸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예산 수준이 감당 가능한 최대치임을 꾸준히 상기하며 눈높이를 낮추었다.

- 각 상황에 마주하기 전 틈틈이 필요한 지식만 확보하여 대비를 하였다. 너무 시험 공부하듯이 준비하지 않고 처음에는 매매의 주요 흐름만 파악하고 디테일한 부분은 각 상황에 마주할 때마다 준비하고 실천했다. 결과적으로 속도감과 꼼꼼함을 두루 챙겼다고 생각하니 마음 편한 거래를 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

 

- 더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 계획은 22년 초부터 하고 있었고 23년 말부터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부동산에 나가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매물도 별로 보지 못한 채 매수 결정을 내린 부분은 조금 아쉽다.

- 잔금일을 초기에 확정 짓지 않았다. 희망하는 잔금일을 물어봤으면, 자연스레 집주인의 현 상황을 알 수 있게 되고 그러한 부분을 토대로 좀 더 가격을 깎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지금이야 다행히 내가 현금을 들고 있기에 잔금일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서로 원활한 거래를 진행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역시 최대한 가계약 전에 모든 부분에 대한 말을 마쳐두는 게 추후의 껄끄러운 상황을 면할 수 있다.

 

현재 시장의 분위기

여러 기사나 실거래가 데이터를 보면 매수세가 점점 올라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막상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오늘이 토요일이었는데, 계약을 체결하는 와중에도 부동산 문의 전화는 빗발치고 있었고 집 보러 온 대기 손님만 한 3~4팀이 있었다. 덕분에 사장님은 참 정신이 없어 보이셨다. 평일에 미리 와서 매물을 확인하고 거래까지 진행하길 잘한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잔금 처리와 소유권 이전인데, 끝까지 별 탈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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