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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3 - 첫 신용대출

by igy95 2024. 7. 15.

부동산 관련 글을 쓴 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그동안 뭘 했냐.. 고 하면 사실 크게 진전은 없다. 그냥 열심히 종잣돈을 모으고 가끔 매수를 원하는 지역의 시세를 파악한 정도? 물론 처음부터 매수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봤던 터라 살짝 여유를 부린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현생에 치여 사느라 (ㅠㅠ) 시간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나날이 상승하는 전세가에 서울의 상급지 아파트 가격은 이미 전고점에 거의 다다랐거나 신고가를 찍고 있으니, 좀만 더 늑장 부리다가는 기회를 놓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조급해지기 전에 차근히 준비해봐야겠다 싶어 우선 계획만 세워두었던 가용 예산 확보를 진행하려 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나는 크게 담보대출(청약 통장, 보험)과 신용대출을 실행할 예정이었다. 담보대출은 이전에 한 번 받아본 경험이 있어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신용대출은 당최 받아본 적 없으니 손이 잘 가질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큰 금액을 대출받아도 될까?' 하는 심리적 장벽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와 계속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두려움은 무지에서 오는 거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이번 기회에 신용대출을 공부해보고 현재 내 상황에서 대출을 가장 잘 받는 방법은 무엇일지 알아보기로 했다.

 

대출 계획

기본적으로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1. 대출 종류 (건별 대출 vs 유동성 한도 대출)

 

- 건별 대출 - 일시적으로 전체 금액을 대출 받아 다달이 해당 금액에 대한 원리금을 납부해야 하는 대출

 

- 유동성 한도 대출 - 바로 대출을 실행하진 않지만, 특정 한도만큼의 계좌를 뚫어놓고 필요할 때만 유동적으로 실행하는 대출 (ex. 마이너스 통장)

 

성격으로만 보면 필요할 때만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 한도 대출이 더 좋아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후자의 금리가 다소 더 높다. 나의 경우 집 매수를 위한 자금 마련이 주목적이었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위해 건별 대출로 실행하기로 했다.

 

2. 금리의 종류 (고정 금리 vs 변동 금리 vs 혼합 금리)

 

주로 기준 금리 상승이 예상될 때는 고정 금리, 하락이 예상될 때는 변동 금리를 택하는 것이 유리하며 주택 담보 대출과 같이 장기간에 걸쳐 상환해야 하는 대출인 경우 중간 성격인 혼합 금리를 택하기도 한다. 현재의 상황으로 판단해 보면, 시기는 예측할 수 없지만 금리의 향방은 '인하'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에 변동 금리로 받는 쪽을 택했다.

 

3. 상환 방법 (만기 일시 상환 vs 원리금 분할 상환 vs 원금 분할 상환)

 

- 만기 일시 상환 - 이자만 갚다가 만기일이 되면 원금을 모두 상환하는 방식이다. 다른 방법과 통틀어 납부할 이자가 가장 많다.

 

- 원리금 분할 상환 - 원금, 이자를 분할해서 상환하는 방식이고 잔여 원금과 납입 이자를 합산하여 초기부터 끝까지 쭉 같은 금액을 상환한다. (ex. 첫째 달 100만 원, 둘째 달 100만 원... 마지막 달 100만 원) 초기에는 원금 비율이 낮으며 뒤로 갈수록 원금 비율이 올라간다는 특징이 있다.

 

- 원금 분할 상환 - 원금, 이자를 분할해서 상환하는 건 똑같지만, 원리금 분할 상환과는 달리 원금을 똑같이 나누어 상환하는 방법이다. 동일한 원금을 상환하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납입 이자가 줄어든다. (ex. 첫째 달 120만 원, 둘째 달 118만 원... 마지막 달 96만 원)

 

제일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표면적으로는 납부하는 이자가 가장 낮은 원금 분할 상환을 택하는 것이 맞게 보인다. 하지만 나는 다음의 두 가지를 추가로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 -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는 곧 화폐 가치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돈을 빌린 입장에서는 원금을 최대한 천천히 갚는 쪽이 좋다. 쉽게 예를 들자면, 1994년에 집 장만을 위해 30년 납으로 1000만 원을 빌렸다고 가정해 보자. (실제로 30년 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2천만 원 하는 것도 있었다.) 이렇게 빌린 원금을 갚지 않고 매달 이자만 납입하다가 2024년에 1000만 원을 갚아야 한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초기에 비해 생각보다 (많이) 저렴하게 느껴지는 가격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자율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하지 않는 정도라면, 원금은 되도록 천천히 갚는 것이 이득이다.

 

-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 2번에서 언급했듯이 변동 금리로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이유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다. 하지만 초기에 원금을 빨리 갚아버리면, 후반으로 갈수록 납입할 이자가 적어지니 낮아진 대출 금리에 대한 수혜를 덜 받게 된다.

 

어차피 대출 상환 기간을 1년 이상으로 설정하면 만기 일시 상환은 아예 막혀서 나머지 두 방법 중에 택할 수밖에 없는데, 위에 언급한 이유와 초기 상환 부담이 적은 점을 감안하여 원리금 분할 상환으로 택했다.

 

4. 상환 기간

 

원래는 완납 예상 기한에 맞게 한 3년 정도?를 생각했는데, 내가 알아봤던 대출 상품은 중도 상환 수수료(상환 종료 기간까지 채우지 않고 중도에 상환했을 때 발생하는 수수료)가 없었다. 그러면 그냥 최대 기간으로 받는 게 좋겠다 싶어서 5년으로 설정했다.

 

5. 대출 금액

 

다른 항목에 비해 대출 금액을 맨 마지막에 둔 이유는, 위의 항목으로 산출된 납입 이자율을 바탕으로 매 월 상환 금액을 도출했을 때, 얼마큼이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금액일지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애초에 은행에서 대출받으려는 사람의 신용 점수와 연 수입을 파악하여 한도를 제안하기는 하지만, 해당 한도만큼 곧이곧대로 받아버리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고 본다.

 

현재의 나는 직장인 신분이고 신용 점수 관리도 잘 해왔기에 연봉의 70 ~ 100% 정도 대출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걸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고 위의 기준을 모두 대입해 보았을 때 최대한도만큼은 받아도 되겠다고 결심했다.

 

대출 실행

첫 시작은 단순했다. 요새는 토스, 네이버 파이낸셜, 핀다 등 대출 비교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손가락 하나로 몇 십 개의 대출을 한 번에 비교해 볼 수 있다. 일일이 은행에 갈 필요도 없고 이렇게 알아본다고 신용점수도 떨어지지 않으니 이때까지만 해도 참 편한 세상이구나~ 싶었다.

대출 알아보면 돈도 준다.

 

허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대출 비교 조회를 해본 뒤, 대출 실행까지 진행해 보려 실제 은행 앱에 들어갔더니 '내부 심사 기준에 맞지 않아 한도를 제시할 수 없다'는 화면만 계속 노출됐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다른 은행 앱에서도 시도해 보니 똑같은 화면만 계속 보이는 게 아닌가.

 

신용 점수도 잘 관리했고 대출 한번 받아본 적 없었는데 도대체 왜 안되는 건지 알 길이 없어 비슷한 사례를 검색해 보니 이런 기사를 마주할 수 있었다.

 

“신용점수 영향無” 앱 믿고 수시로 조회했다가…대출 거절

 

“신용점수 영향無” 앱 믿고 수시로 조회했다가…대출 거절

대출비교 서비스. 연합뉴스 “하루에 심심풀이 삼아 여러 앱으로 두 세번씩 대출 비교하다가, 막상 은행 갔더니 대출 거절됐어요”대환대출 활

www.kukinews.com

 

"5일간 신용조회 3번 했다고 대출 막다니…"

 

"5일간 신용조회 3번 했다고 대출 막다니…"

"5일간 신용조회 3번 했다고 대출 막다니…", '과다조회'땐 비대면 대출 제한 은행들 "중복대출·연체 우려" 이달 통합조회 전산망 개편으로 실시간 정보공유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기존 심사 방식

www.hankyung.com

 

요지는, 앱에서 제공하는 대출 비교 조회 서비스가 사실은 여러 은행에서 신용 조회를 한 번에 하는 시스템이라 n개의 은행에서 대출 한도 조회 시 바로 신용 조회도 n번으로 찍혀 은행 내부에서 비정상적인 접근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조금 어이가 없었다. 요새 상품 가격도 다 인터넷으로 비교해보고 사는데, 대출 한도와 금리 조회 몇 번 했다고 대출 실행을 막는 은행이나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지도 않고 신용점수 안 떨어지니 괜찮다며 지속적으로 광고하는 앱이나.. 😡 누굴 탓하겠나 싶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고 느꼈다.

 

다행히 비대면 대출 거절 시스템은 한 5일 정도 신용 조회를 안하고 있으면 자동으로 풀린다. (정확한지는 모르겠는데 체감 상 그랬다) 그러니 만일 신용대출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시도해 보는 게 좋겠다.

 

1. 실제 대출 실행이 필요한 시기까지 어느정도 여유를 두고 앱에서 대출 비교 조회를 한 뒤 결과를 확인한다.

2. 본인 수준에서 받을 수 있는 최저 금리 + 최대한도 순으로 은행 몇 군데를 추린다.

3. 직접 은행에 가서 대면으로 대출을 받을 것이라면 당일에 가도 된다. 단 본인의 신분과 소득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챙겨가도록 하자.

4. 은행 앱에서 비대면으로 대출을 받을 것이라면 그 다음주까지는 한도 조회 같은 거 해보지 말고 기다렸다가 하자.

 

은행 앱에서도 심사만 통과되면 대면과 크게 다를 바없이 우대 금리, 상품 설명, 대출 실행 시 고지 사항 등에 대해서 모두 안내해 주니 굳이 은행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래도 은행원 능력이나 본인 위치에 따라 더 좋은 상품이 있을 수도 있으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몇 가지 난관을 거치니 나머지 과정은 금방 마무리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최대한도를 받고 싶었지만, 한도보다는 금리를 얼마나 낮게 받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계속 되뇌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절충했다. 그래도 예상하던 정도에서 크게 떨어질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었다.

 

대출 신청을 완료하니 지정된 계좌에 해당 금액이 바로 입금되었다. 그걸 한동안 보고는 마치 게임 머니와 같다고 느껴졌는데, 그만큼 별로 현실성이 없었다. 왜 몇몇 사람들은 대출받은 돈을 그렇게 쉽게 쓰는지 대강 알 것도 같았다.

 

큰 돈이 생겼으니 재정 관리를 더욱 엄밀히 하면서 이제는 다음 스텝을 알아봐야겠다.